여러분들도 언젠가 이런 일화를 한 번쯤은 들어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평소 왜소하고 나약한 한 어머니가 집에 불이 나 넘어진 큰 기둥 밑에 깔려 있는 자식을 보고,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낼 큰 기둥을 들어 올려 자식을 구하였다.』 이런 신비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분비되는 호르몬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인 물질에는 ‘아드레날린’과 ‘스테로이드’가 있으며, 이들은 우리 몸의 부신(콩팥 위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장기)이라는 곳에서 주로 분비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우선, ‘아드레날린’이라는 물질은 부신에서 분비되고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나 위급 상황에 대해 우리 몸이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장기(팔다리 및 소화기관)쪽으로는 피가 덜 가고, 상대적으로 중요한 쪽(뇌, 심장, 폐 및 근육)으로는 피가 많이 가도록 하여 중요 장기에 산소와 영양공급을 극대화하여 줍니다. 긴장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신체 외곽으로 공급해 주는 혈관은 수축되어 손발 및 얼굴이 창백해지고, 침분비가 줄어 입술이 바짝 마르며 눈동자가 커지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등의 신체 반응이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이런 일련의 반응으로 인해 고도의 긴장과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게 됩니다.
‘아드레날린’과 더불어 부신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스테로이드’의 대표적 물질인 ‘부신피질 호르몬’이라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류마티스 질환자들이 수술을 받거나, 임신과 출산 후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현상이 종종 관찰되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그 무엇인가가 류마티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몸의 ‘부신’이라는 곳에서 추출한 물질을 투여 받은 조종사들이 1만 미터 이상을 조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됩니다. 이후에 이 물질의 정체가 ‘부신피질 호르몬’임이 밝혀지게 되고 생합성을 할 수 있게 되어 의료 분야에 사용하게 됩니다. 실제 스테로이드는 인류가 발견한 3대 명약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발견한 Philip Showlter Hench 박사는 그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우리 머리 중앙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곳에서 명령이 떨어져 ‘부신’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이 많이 분비됩니다. 일종의 우리 몸에 ‘비상사태’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에서 ‘뗄감’ 중 하나인 혈당을 올려 줍니다. 심지어 우리 몸에서는 근육(단백질)과 지방도 분해시켜 포도당을 바꾸어 혈당으로 올려줍니다. 또한 부신피질 호르몬은 강력하게 염증을 억제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런 스트레스와 같은 비상 상태에서는 ‘우리 몸이 아파서도 안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작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부신 피질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내는 작용은 한 마디로 ‘스트레스와 같은 비상 사태에서 우리 몸의 한계치 이상의 대처를 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하여 스테로이드는 실제 현대 의학에서 가장 유용한 약제 중 하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처럼 우리 몸에서 병적으로 지나친 면역 반응을 억제시켜 주고, 염증을 가라 앉히고 신경 등이 붓는 것을 막아 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여러 피부 및 알러르기 질환에서 중요한 치료약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장기 이식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관절염과 통증성 질환에서도 아주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때 어느 곳에 가면 관절이 아파서 기어서 들어갔다가 주사 한 방 맞고 나면 걸어서 나오는 마법과 같은 약이 있어, 그 주사를 맞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신피질 호르몬’을 과용하거나 오용하였을 때는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얇아지고 멍이 잘 들며, 혈당이 올라서 심지어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면역이 떨어져 다른 감염에 잘 걸릴 수 있고, 근육이 약해지기도 하며,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쉽게 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몸 밖에서 이런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많이 들어가게 되면 우리 몸에서 이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곳이 위축되어 호르몬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어, 밖에서 이를 보충해 주지 않으면 부신 피질 호르몬 부족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갑작스런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되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정상적으로 호르몬 분비를 하도록 기다리고 치료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는 가장 홈런을 많이 친 선수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의 홈런이 냉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여 만든 ‘약물 홈런’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면서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근육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습니다. 똑같은 노력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선수들에게는 ‘금단의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정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런 약물을 복용한 선수를 가리기 위해 올림픽과 같은 국제 운동경기에서는 흔히 말하는 ‘도핑’ 검사를 하고 있으며, 가끔 이를 어긴 운동 선수들이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또한 오용 및 과용하였을 때 그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피 속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한 위험성이 높아, 실제 이 때문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운동 선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와 같은 비상상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과 같은 좋은 무기들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이런 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났던 현상들이 오히려 우리 몸을 좋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가지고 여러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의 좋은 작용과 더불어 오용 및 과용하였을 때의 부작용도 잘 알고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료출처 : 부산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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