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가정하수는 수세식 화장실을 통하여 배출되는 분뇨, 목욕과 세탁을 통한 세척수, 조리과정의 주방폐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분뇨는 고농도의 유기물을 함유하기 때문에 서구에서는 정화조와 토양흡수장을 통하여 처리하여 왔다. 그러나 토양오염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발생되면서 밀폐된 하수관을 통하여 가정하수를 하천이나 호소 그리고 연안으로 이송하여 방류하였다. 이 또한 수질오염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하수도 종말점에 처리장을 건설하여 소위 하수종말처리를 해온 것이 하수처리의 역사이다.
한국을 비롯한 농업중심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1970년까지 분뇨는 논밭에 금비로 환원되었고, 음식물찌꺼기는 가축의 먹이로, 쌀 씻은 구정물은 인근의 채소밭으로 물고를 돌려 하수가 발생되지 않는 농경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단지 빗물에 의한 침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낙숫물을 배제하기 위한 도랑과 도로 옆 우수배제로만 필요하였다.
이후 서구화를 통한 위생개념이 발전하면서 수세식 화장실이 도입되었지만 하수도 없는 하수는 도랑과 우수배제로를 통하여 하천과 연안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하천은 그야말로 하수도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떤 이는 이를 합류식 하수도라 하기도 하였다. 합류식 하수도는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수도로, 비가 올 때는 우수배제로 역할을 하는 부산의 옛 삼락수로와 같은 것이며 하천에 하수를 넣어 놓고 합류식 하수도라 함은 하천을 하수도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하천은 오염되고 뒤이어 복개를 통한 눈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 우리의 슬픈 도시하천역사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경기를 유치하면서 하천과 연안오염에 관심을 가지면서 도입된 것이 하수처리장이다.
하지만 분류식 하수도 없는 하수처리장은 농도가 낮은 하천수를 끌어다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천변에 개수로 형식의 차집관로를 설치하여 하천에 유입되는 모든 물을 차집하여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차집관로는 하천을 건천화 시킬 수밖에 없고 소량의 강우에도 월류하여 비만 오면 하천이 악취를 풍기고 물고기가 죽어나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의 하수처리장은 처리용량이 발생량을 초과할 정도로 충분히 건설되었지만 아직까지 하천이나 연안은 여전히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비용은 많이 들면서 지하에 설치되는 분류식 관망건설이라는 근본적 처방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처리장 건설에 대한 급급한 위정자들의 낯 뜨거운 정치 행각에 불과하였다.
4대강살리기에 투자된 분류식 하수관망 시설비는 전체 사업비의 1/10정도도 되지 않고 하천변에 심는 벚나무 식재비의 절반수준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고 4대강살리기는 요원함을 직감하였다. 또한 도심하천의 불합리한 생태는 무시한 채 하천살리기한다고 식생을 도입하고 어류를 방류하자고 떠들던 시민단체 역시 에코파시즘과 환경독재의 노예에 불과하였다.
부산시의 경우 늦었지만 2020년 까지 분류식 하수관망의 완성을 목표로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울산시의 분류식하수관망 설치로 태화강이 살아나고 연어가 회유하며 공해도시가 생태도시로 발전하는 모습은 분류식 하수관망이 하천살리기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본래 하수처리장의 가정하수 유입농도는 BOD 기준으로 250 내지 300 ppm이며 생물학적 처리를 거칠 경우 90%가 처리되고 25 내지 30 ppm으로 방류된다. 그러나 차집관로의 경우 하천으로 흘러야 할 다른 자연수와 혼합되기 때문에 150 ppm 정도에 불과하다. 똑 같은 공법과 유지관리비로 처리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분류식 하수관망 건설로 아침마다 출근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쓰레기도 주방에서 파쇄하여 하수처리장으로 보냄으로써 음시물 쓰레기 문제의 해결은 물론 하수처리장이 오히려 정상 가동될 수 있고 도심하천이 다시 살아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